반갑습니다! 글 쓰면서 개 키우는 사람입니다 :)
안녕하세요! 맨날 생일선물 언박싱이나 글 올리다가 ㅋㅋㅋㅋ (리뷰 블로그가 되어버린 건에 대하여...) 오늘은 오랜만에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고와보았습니다. 오늘 떠들어볼 주제는 '보조작가의 업무'입니다.
드라마 작가를 꿈 꾸는 많은 분들이 대다수 거치게 되는 파트가 바로 '보조작가'와 '막내작가'입니다. 오늘은 막내작가도 보조작가에 포함된다고 생각하고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오늘 제가 쓰는 보조작가의 업무는 통상적인 업무와 더불어 제가 어떻게 작업을 하는지 상세하게 과정을 설명해볼까합니다. 작가들의 업무는 메인작가의 일하는 방식이 어떻냐에 따라 달라지니 제 방법도 있다는 것을 참고만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썼던 작가팀 역할에 관한 글도 참고해주세요👇🏻)
2023.03.15 - [글쓰기] - 드라마 작가팀 역할의 종류 | 메인, 보조, 구성, 기획
목차
1. 보조작가란?
2. 회의
3. 트리트먼트
4. 대본 작성 : (1)초고 / (2) 수정고 / (3) 완고
(오늘은 1,2번에 대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3,4번에 대한 설명은 아래 글을 참고해주세요!)
2023.03.28 - [글쓰기] - 현직 작가가 설명하는 '드라마 보조작가가 하는 일' (2)
1. 보조작가란?
위에 제가 이전에 쓴 글에도 적었지만 보조작가의 업무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메인작가가 집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본 작업에는 생각보다 잡일, 그러니까 시간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작업들이 많거든요. 아래에서 더 자세하게 설명하겠지만, 보조작가는 메인작가가 작품을 써내려가는 것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잡일들을 해주어야합니다.
작가마다 다르지만 (히스테릭한 작가도 있고 성격 좋은 작가도 있음) 작게는 물을 떠온다든지 잠을 깨워준다든지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작가가 지시한 몽타주 작업을 집필하는 것까지 그 범위가 넓고 종류가 다양합니다.
보통 드라마나 영화 같은 미디어에서는 늘 히스테릭한 메인작가에게 시달리는 보조작가들이 주인공이나 주조연으로 등장할 때가 많은데요! 대부분 그런 위치에 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이는 일반 회사를 다니면서도 겪는 과정이기 때문에 저는 '어차피 인간은 다 똑같군. 어디서 생활하든.' 하는 생각을 하는 편입니다 ㅋㅋ 회사도 똑같잖아요? 미친 부장과 히스테릭한 과장, 그 사이에 끼어있는 대리와 얼렁뚱땅 신입사원. 드라마 작가팀도 똑같답니다. 예민해서 벽을 주먹으로 치기 시작한 메인작가와 이 장면을 많이 봤다는 듯 신경 안 쓰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보조작가, 그리고 떠온 물을 어디 놔둬야할지 발을 동동 굴리는 막내작가...
혹시 <드라마 작가>라고 하면 가만히 책상에 앉아 작품에 대한 구상과 고뇌를 거쳐 멋진 작품을 뽑아내는 사람! 이라고 생각하고 계신다면 이 일을 다시 고려해보시길 바랍니다. 드라마작가팀도 일종의 회사와 같고 회사 내부의 '팀'과 같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일'을 하는 그룹이라는 것을 알고 계셔야합니다. 물론 메인작가의 자리에 앉으면 이마저도 좀 희석되고 '집필'과 '고뇌' 파트로 넘어갈 수 있지만 메인작가 역시도 제작사 대표, 방송국 관계자들, 배우, 감독과 함께 조직적으로 일 하며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시켜야하는 <일 하는 사람>에 불과해요. 창작의 고통을 느끼는 멋진 자신의 모습을 꿈 꾸며 <드라마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하셨다면, 드라마 작가에 대한 조사를 좀 더 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 하자면... <보조작가>는 메인작가의 비서이자, 기업 팀 내의 중간 위치인 대리 같은 포지션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2. 회의
회의, 회의, 회의, 회의, 그리고 또 회의.... 작가의 일상은 '회의'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보조작가가 하는 일은 다양합니다. 물론 "이건 어떠신가요?" 하고 멋지게 아이디어를 내거나 "작가님, 그 부분은 개연성이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라며 메인작가의 의견에 당차게 피드백을 내놓는 모습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면 저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니 말이 맞다." 라고 하는 편) (심지어 어젯밤에도 "일리가 있다. 니 말이 맞다." 라고 함 ㅋㅋㅋ)
하지만 보조작가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회의 정리' 및 '회의록 발송' 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걍 잡일하는 따가리라는 거네요? 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일 수 있죠. 하지만 메인 작가의 입장에선 이 일이 아주 중요하답니다.
예시 (1) 제작사, 방송사, 감독 등과의 회의에서
대본은 수많은 (이라고 표현해도 나한텐 적게 느껴질 정도로) 회의와 피드백, 수정, 수정, 수정을 거쳐 완성됩니다. 여러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각기 다른 의견 중에서 어떤 것을 수용하고 어떤 것을 수용하지 않을지는 메인작가의 선택입니다만, 또 이 역시도 쉽지 않습니다. 감독의 말을 들으면 최종적으로 드라마 화면에서 연출이 잘 나올테지만, 또 제작사의 말을 들으면 편성에서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드라마의 내용적인 측만 생각해서도 안되고, 드라마의 내용적인 것을 놓쳐서도 안 되는 것이 '회의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 작가들은 '회의'에 대한 확답과 약속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 대부분은 "작가님 이 부분 수정해주세요." 에서 "네, 이렇게 했습니다." 정도를 회의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계실텐데요. 사실은 이렇습니다.
작가 : 철수가 영희를 만나는 지점에서 이미 그 a사건을 알고 있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그래서 철수와 영희를 후반부에 만나는 것으로 변경했고 그 전에 a 사건을 넣었습니다.
의견 1 : 그럼 차라리 a 사건을 맨 앞으로 빼면 철수와 영희가 초반부에 만나도 문제가 없지 않나요?
작가: 그건 철수와 영희의 서사를 보여주기에 시간이 충분치 않습니다. 적어도 중반부까지는 철수와 영희의 서사를 보여주고, 이후에 두 사람이 만나야합니다. 그럼 중후반부에서 철수와 영희가 만나는 것은 어떠세요?
의견 2 : a 사건이 꼭 필요한가요?
작가 : a 사건이 발생해야, 이후에 철수와 영희 사이에 끼게 될 미영이의 등장이 자연스러워집니다.
의견 3 : 그럼 a 사건을 b로 대체하는 것은 어떠신가요?
작가 : a 사건과 b 사건을 섞는 방향으로 가도 될 것 같습니다.
의견 4 : 그럼 철수와 영희가 만나는 시간을 앞 당길 수 있나요?
작가 : 안 됩니다. 정 그러시면 철수와 영희가 만나는 것을 예고처럼 앞부분에 잠깐 비춰주고 서사를 진행시킨 후에 a 사건이 발생하고 후반부에 다시 초반에 나온 장면이 시작되며 철수와 영희가 만나는 것으로 엔딩을 짜는 건 어떠세요?
위와 같은 대화가 짧으면 한 시간, 길게는 12시간정도 이어집니다. 그러면 이 과정을 보조작가는 모두 기록하고 정리해야합니다.
<위 대화에 대한 보조작가의 정리> : 철수와 영희가 초반부에 러프하게 마주치고 이후 두 사람의 서사가 진행된 다음 a사건(+b사건이 합쳐짐)이 발생, 철수와 영희가 만나는 것으로 엔딩을 잡는 것으로 수정 진행.
이렇게 정리를 해서 회의록을 회의한 대상과 작가에게 전달합니다. 빼먹지 않고 꼼꼼히 체크할 수록 그 회의가 무의미하게 없어지지 않습니다. 이후 상대는 이 회의록을 보고 작가가 이렇게 수정을 해 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으며, 작가는 이대로 수정을 진행한 후에 상대가 비슷하거나 다른 피드백을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도록 약속 받을 수 있습니다.
예시 (2) 작가팀 내부적 회의에서
외부가 아닌 팀 내부 회의에서는 이런 과정을 훨씬 짧게 거칩니다. 대신, 정리하는 것은 더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메인 작가가 큰 그림을 잡고 전체를 스케치해나가는 동안, 보조작가는 메인작가가 쓰기로 했던 아이디어나 구상이 빠지지 않는지 옆에서 더블 체크를 해줍니다. 혹은 메인작가가 "이거 8화에 떡밥 풀어주는 걸로."라고 했을 때 기억해두고 있다가 8화 집필할 때 "여기서 1화 떡밥 풀어주기로 했습니다."라는 말을 해주어야합니다. 그러니까, 보조작가는 메인작가의 <걸어다니는 생체 메모장치> 쯤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죠.
다음 글에서는 3. 트리트먼트 작성 / 4. 대본 작성에 관한 설명을 이어나가보겠습니다! 다음 글을 기다려주시면 감사합니다 :)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십쇼!
문의 : sarahitne.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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