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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작가가 설명하는 '드라마 보조작가가 하는 일' (2)

by 5억뷰 작가 (날조없음) 2023.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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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글 쓰면서 개 키우는 사람입니다 :)

 

지난 번에 이어서 포스팅을 쓰기 위해 제가 달려왔습니다!

오늘은 보조작가가 하는 일 중 <트리트먼트> 와 <대본작성> 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나가겠습니다.

 

  목차  

1. 보조작가란?

2. 회의

3. 트리트먼트

4. 대본 작성 : (1) 초고 / (2) 수정고 / (3) 완고

 

1,2번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의 포스팅을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2023.03.27 - [글쓰기] - 현직 작가가 설명하는 '드라마 보조작가가 하는 일' (1)

 

현직 작가가 설명하는 '드라마 보조작가가 하는 일' (1)

반갑습니다! 글 쓰면서 개 키우는 사람입니다 :) 안녕하세요! 맨날 생일선물 언박싱이나 글 올리다가 ㅋㅋㅋㅋ (리뷰 블로그가 되어버린 건에 대하여...) 오늘은 오랜만에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sarahitne-ward.tistory.com

 

 

만년필의 시대는 끝났지만, 작가의 로망은 여전히 만년필...

  3. 트리트먼트  

본격적인 대본 집필에 들어가기 전에 작가들은 회별 스토리, 캐릭터 소개 파일을 먼저 만들어야합니다. 편성에 필요한 대본은 1-4부 정도이고 이후의 결말이나 이 대본의 기획의도, 캐릭터에 대한 추가 설명들을 제작사나 편성팀에 전달해야하기 때문이죠. 이런 목적 뿐 아니라, 집필 시에도 회별 줄거리가 있어야 쭉 써내려갈 수 있는 줄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메인작가는 1부부터 회별 줄거리를 쭉 써나가며 이야기의 전체 흐름을 잡습니다. 그럼 여기서 보조작가가 하는 일은 무엇이냐? 바로 이 트리트먼트 파일을 정갈하게 다듬는 것입니다.

 

<트리트먼트 레이아웃 잡기>

트리트먼트, 혹은 기획안이라고 부르는 이 파일은 작가마다 레이아웃을 다르게 잡지만 저는 오늘 제가 잡는 방식 대로 설명을 해보고자 합니다. 저의 목차는 보통 아래와 같습니다.

 

1) 개요 : 제목 / 장르 / 길이 / 채널 / 로그라인

2) 기획의도 : 이 이야기를 왜 만들려고 하는가?

3) 줄거리 : 전체 회별 시놉시스

4) 캐릭터 : 주조연들에 대한 설명

5) 셀링포인트 : 이 이야기가 어느 지점에서 대중들에게 먹힐 것인가?

 

저 같은 경우에는 5) 셀링포인트는 생략하는 경우도 있긴 한데 요즘은 넣은 적이 많아서 목차에 끼워넣어봤습니다. 이 목차에 따라 메인작가는 내용을 정리합니다. 그러면 보조작가는 메인작가가 쓴 내용에 맞추어 폰트 크기나 볼드, 이텔릭, 밑줄 등을 활용하여 이 파일을 읽는 사람들이 좀 더 가독성 좋게 읽을 수 있도록 양식을 손을 보고 오타 체크나 문맥 체크를 진행합니다. 

물론 트리트먼트 쓰는 과정에서도 보조작가의 아이디어나 자료조사를 많이 요청해야합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을 만든다면 굳이 이 왕조를 선택한 이유나 굳이 이 시대를 선택한 이유 같은 설명이 필요할테고 그러면 조선시대와 왕조 등에 대한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겠죠. 이 왕조가 현대에선 어떻게 해석이 되고 있는지,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지고 있는지 등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할테고요.

 

 

예쁜 대본은 가독성이 좋다.

  4. 대본 작성  

<초고> 처음으로 집필하는 대본 / 러프한 내용 위주

'초고' 이전에 '씬별 시놉'을 쓰는 작가님들도 계신데, 이번에 저는 제가 쓰는 방식으로 설명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제 기준으로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보겠습니다. 

메인 작가가 대본의 틀을 잡습니다. 한 씬 한 씬마다, 장소 / 등장인물 / 시간대를 정하고 그 씬의 내용을 정하는 일입니다. 이는 앞서 작성했던 트리트먼트의 회별 줄거리를 토대로 작성됩니다. 

(예시) 줄거리가 만약에 '철수는 영희와 원래 사귀었던 사이였지만 모종의 이유로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 그리고 철수의 회상을 통해 밝혀지는 그 이유!'라면, 대본의 첫 씬에는 철수와 영희가 우연히 재회하는 것을 넣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씬의 요약 내용은 (이것이 씬별 시놉입니다) '철수가 카페에서 우연히 영희를 만난다.'가 되겠습니다.

메인작가는 #1에 철수가 카페에 들어가고 "엇? 영희?" 라든지 "엇, 철수야..."라든지 하는 대사를 기록합니다. 외에도 철수가 들어가는 카페는 프랜차이즈 카페(스벅, 이디야 등)이고 거기서 영희가 알바를 하는 설정이며 철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려다가 영희와 마주친다는 컨셉을 추가하죠. 이후에 철수는 아메리카노를 시키지 않고 뒷 사람이 주문을 재촉하는 바람에 그냥 카페를 나간다는 내용을 추가합니다. 이를 그대로 대본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보조작가의 몫입니다. 그러면 하나의 씬이 탄생합니다.

제가 이런식으로 씬별시놉과 주요대사를 설정해서 보조작가에게 넘기면 보조작가가 멋진 초고를 만들어줍니다. 철수와 영희의 대사는 지정해서 전달하지만 이외에 뒤에서 재촉하는 손님의 대사 같은 것은 보조작가가 만들어내는데요. 이후에 제가 보조작가의 러프한 초고를 받아 다시 수정하는 과정에서 손님의 대사가 너무 과하다든지, 혹은 다른 손님도 중얼거리는 것들을 추가하고싶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으면 제가 최종적으로 수정합니다.

보조작가에게 넘기는 단계에서 줬던 메인 캐릭터들의 대사가 마음에 안 드는 경우에도 최종적으로 수정합니다. 틀을 잡을 때는 "엇? 영희?"라는 대사가 어울린다 생각했는데 막상 보조작가가 만들어낸 초고를 보니 "여, 영희...? 너 왜 여기에..."라는 대사로 변경하고 싶어지는 경우입니다. 

몽타주씬이나 묘사가 길어지는 씬에서도 보조작가의 역할이 톡톡히 진행됩니다. 

(예시) 철수: 되게 잘나가는 기업 팀장 설정이라서 스타일 고급지게 묘사 > 라고 메인작가가 대본에 적어두면 보조작가가 철수의 등장씬의 지문을 멋지게 묘사하는 것입니다. '블랙 정장을 위 아래로 갖춰입은 남자(철수)가 카페 문을 열며 들어온다. 한 손에는 서류 파일이 들려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받으며 걸어오고 있다.' 이후 철수의 대사로 "어, 서류 보내러 가는 중이야. 내가 지시한 거 잘 처리하고 어떻게 됐는지 메일에 참조 걸어서 알려줘." 하는 것들이 추가될 수도 있죠.

 

<수정고> 피드백 받은 이후 / 수정고

이에 대해서는 솔직히 할 말이 아아아아아아주 많지만 간략히 요약하자면 두 가지 경우 입니다.

1) 수정할 게 산더미이다 or 대공사이다.

2) 세세한 부분만 수정하면 된다.

 

수정할 것이 산더미인 경우나 대공사를 진행해야하는 회의 결과가 나왔다면 <초고>의 과정을 다시 반복합니다. 메인작가가 처음부터 다시 쓰면서 틀을 잡고 메인 대사와 상황을 설정하면 이후 보조작가가 대본을 채워넣는 과정을 진행하는 것이죠. 다만 앞서 초고를 완전히 갈아엎는 것이 아니라면 살아남는 몇개의 씬들과 대사를 그대로 옮겨오면 됩니다.

세세한 부분만 수정해야되는 경우에는 보조작가가 알아서 수정을 진행하면 됩니다. 예를 들면 '카페'를 '식당'으로 바꿔주세요 - 라는 피드백이 왔을 경우입니다. 그러면 주문이 밀리는 뒷손님의 투덜거림이 아니라, 다른 손님이 서빙 중인 영희를 재촉하는 대사로 변경해야하는데, 이 정도 수정은 보조작가가 알아서 진행합니다.

만약에 세세하긴 해도 메인 캐릭터 대사 수정이라면 메인작가가 먼저 손을 본 후에 보조작가가 다듬습니다. 예를 들면 철수가 영희를 처음에 모른 척하는 것으로 변경되어야하는 경우 "(머뭇 거리며) 아, 그...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라고 철수의 대사를 수정하고 이후 변경될 영희의 대사도 메인작가가 수정합니다. 이후에 보조작가가 이것을 다듬습니다. (과정은 초고 때와 비슷하게 진행됩니다.)

 

<완고> 대망의 등장인물, 씬넘버 체크 시간

완고 때부터는 메인 작가는 대사의 디테일을 체크하고 대공사를 하고 싶어지면 대공사를 스스로 진행하면서 보조작가의 다듬기 도움을 받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보조작가의 역할이 빛을 발하는데요 (물론 보조작가의 시력은 떨어져갈 듯) 바로 씬넘버 체크등장인물 체크, 마지막 맞춤법 검사입니다.

각 씬에는 모두 숫자가 붙습니다. 이유는 촬영할 때 씬을 구분하기 위함입니다. 숫자는 차례대로 붙이기만 하면 되지만 대본의 구성이 복잡해진다면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철수와 영희가 카페에서 마주치는 씬이 과거 철수와 영희가 처음 만난 날과 교차로 진행한다면 말이죠!

(예시) 그러면 아래와 같이 씬이 진행됩니다.

#1-1. 철수가 들어오는 것 까지.

#2-1. 과거 철수가 들어오는 것 까지.

#1-2. 철수가 카운터에서 영희를 마주치는 것 까지.

#2-2. 철수가 영희가 있는 자리에 앉는 것 까지.

이 씬넘버는 나중에 대본을 쓸 때도 유용하게 사용되는데요, 4화 쯤에 철수와 영희의 첫만남 서사가 쭉 풀릴 예정이라면 앞서서 순서대로 매긴 씬넘버들 사이에 #2씬이 끼게 되는 것입니다. 혹은 #n(=1화 2씬)이라고 표기할 수 있겠지요. 혹은 1화 중반부 쯤에 철수가 아까 영희를 마주친 것을 회상할 때는 다시 (#1 회상)이라는 식으로 씬넘버를 가지고 와야합니다. 그러니... 숫자만 셀 수 있다고 다가 아닌 것이지요.

씬넘버 체크가 끝나면 등장인물 체크로 들어갑니다. 이것은 촬영 중에는 인물조감독이라는 포지션에서 체크하는 일이기도 한데요! 대본 과정에서는 보조작가가 이 역할을 맡습니다. 대본에는 메인 캐릭터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점원1, 점원2, 직원1, 직원2, 행인1, 행인2도 등장하죠. 다 다른 행인이라면 순서대로 번호를 매기면 되겠습니다만... 1화와 마지막화에 나오는 행인이 같다면 행인1인지 행인2인지 3인지를 잘 표기해주어야합니다. 그래야 촬영할 때 인물 조감독이 행인1,2,3을 섭외할 때 헷갈리지 않게 되니까요.

이후에는 마지막으로 맞춤법 체크를 합니다. 이 역시도 맞춤법 검사기를 돌리면 되는 것이 아니냐? 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또 다르답니다. 대본에는 구어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맞춤법을 어겨서 쓰는 것들도 아주 많기 때문이죠.

(예시) 영희가 입에 뭘 잔뜩 많이 넣고 우물거리면서 이야기를 할 때 "근데, 이거 정말 맛있다."라고 쓰지 않고 "근데에- 이거 종말 마시따"라고 쓸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것은 맞춤법 검사기를 돌릴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이 외에도 마지막 체크 작업으로는 씬제목 볼드체 작업, 회상부분 이텔릭체 작업 등 대본의 포멧을 체크하는 것도 있습니다. 

 

 

(좌) 두통을 앓는 작가의 모습 / (우) 맞춤법을 검사하는 작가의 모습

우리 보조작가는 일이 끝나면 오른쪽 짤을 제게 보내면서 다 끝냈으니 확인을 해달라고 합니다. 자신의 눈이 이렇게 돌아갔다면서요 ㅋㅋㅋㅋㅋ 정말 웃기고 귀엽고 안쓰럽습니다. 하지만 보조작가의 역할은 앞서 말 했다시피, '메인작가가 집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메인작가는 한 번이라도 더 이 대사가 맞는지, 이 흐름이 맞는지, 이 캐릭터가 여기서 나오는 게 맞는지 등을 체크하고 있어야합니다. 이렇게 역할 분담이 확실히 되어야, 좋은 퀄리티의 대본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두 번에 걸쳐서 보조작가의 할 일들을 써보았습니다. 물론 제 팀에서 일하는 방식이고 저 역시도 다른 작가님들이 어떻게 일 하는지를 보면서 배워온 방식이긴 합니다만... 메인 작가가 누구냐에 따라 작업 방식은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어느 작가팀을 가던 보조작가의 업무들은 대략 비슷해서 눈알이 빠질 것 같고 머리가 아파온다는 것은 공통점인 것 같습니다. 대신, 이 일을 얼마나 즐겁게 할 수 있고 어떤 메인 작가 밑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냐가 가장 중요한 점이란 생각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제 포스팅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십쇼!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bordercollieward/featured

인스타그램 : sarahitne

개 인스타그램 : ward_bordercol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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