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경련이 왔다.
돌이켜 진단해보자면
12월 16일: 티원 레드불 이벤트 본다고 새벽에 뭐 먹었더라 암튼 뭐 먹음. 야식. 실로 오랜만에. (다여트 중이어서 야식 안 먹은지 오래 됨) 근데 그렇게 많이 안 먹음.
12월 19일: 기분이 너무 우울해서 (생리전 이슈, 일 관련 이슈) 저녁 대신 닭발 시켜먹었다. 그렇게 매운 단계도 아녔다. 먹다가 많이 남기고 냉장고에 넣었다. 계란찜으로 나름 위장 보호도 열심히 함. ㅡㅡ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이날 넷플릭스 영쉘든 마지막 시즌 끝까지 달리다가 생리이슈+진짜 슬픔 이슈 때문에 펑펑 울어서 스트레스 해소함.
12월 20일: 닭발 썩기 전에 먹어야하니까 데워서 먹었다. 1일 1식 중이므로 이틀 연속 닭발을 먹은 것이다. 근데 먹어도 배고파서 윙봉 4개 에어프라이기에 튀겨먹었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였던 듯 하지만 아니다. 이날 대박으로다가 일적으로 큰 이슈가 터졌다. 여따가 말 할 수는 없지만 암튼 진짜 사람 귀찮게 하는 어떤 문제가 발생함. 거기다가 생리 전이어서 걍 몸 상태 메롱이었다.
12월 21일: 원래 12시에 기상하는데 군인 동생 외출 나와서 8시에 일어나서 데리러 가야했음. 그리고 오전 10시 30분 쯤에 위경련이 왔다. 아침부터 뭔가 상태가 요상해서 아무것도 안 먹고 버티고 있었는데 역시나였다. 내 본능이 위험을 감지한 것이다. (위경련 경험자)
난 2016년에 광고회사 다니다가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위경련 한 번 터진 적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큰 위경련을 다시 이번에 겪었다. 이번에도 일 이슈 때문이라니.
11살 차이나는 남동생을 집으로 데려와 혼자 놀라고 냅두고 하루종일 자다 깨다 했다. 위경련 겪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게 30분 간격으로 위장이 뒤집히면서 나라와 하늘이 뒤집히는 듯한 고통을 겪어야 한다.
동생은 혼자 점심 저녁을 맛있는 거 시켜먹더라. 나름 누나 위한다고 조용히 방에서 밥 먹고 다 먹은 플라스틱 식기들 부엌에 갖다놓은 게 어이가 없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초밥 시킬건데 식당 추천해달라고 함 그래서 추천해줌.
와드가 진짜 옆에서 날 떠나지 않고 누워서 조용히 잠만 잤다. 내가 깰 때마다 와서 엉덩이를 대면서 잠을 잤다. 보통 다리 쪽에서 자는데 희한하게 내 얼굴 바로 옆에서 잠 같이 자줌.
그리고 내가 끙끙거릴때마다 이렇게 와서 애교 부림. 부비부비.
웃긴 표정도 지어줌.
동생이 택시 타고 부대 복귀하려고 했는데 택시가 안 잡혀서 또 데려다 주었다. 다행히도 위 뒤집히는 타이밍 전에 맞춰서 데려다줘서 운전하다 사고는 안 났다. ㅋㅋㅋㅋㅋ 집에 오자마자 쓰러졌다. 후욱후욱.
토욜이고, 담날은 일욜이니까 약국을 갈 수가 없었다. 집에 아무 약이 없었다. 그렇다. 나는 쌩으로 그냥 아프며 고립된 것이었다.
토요일 밤. (이날 오전 10시 30분쯤부터 증상 시작)
여전히 30분~1시간마다 하늘이 노래지는 (실내에 있었지만) 고통을 겪고 있었다. 식은땀 줄줄 나서 옷이 젖었는데, 벗을 힘이 없어서 이불을 걷어찼다. 와드가 그 이불 위에 눕더라.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서 휴대폰으로 위경련 완화 방법을 검색했고, 배에 따뜻한 거 대고 있으라 해서 와드를 배로 끌고오려 했으나 힘이 딸렸다. 원래는 번쩍번쩍 들 수 있는 근수저이지만 아무래도 위경련 디버프 때문에...... 그래도 겨우 와드한테 쉰 목소리로 "이리와... 일로와..." 하니까 와드가 와줬다.
하지만 위경련의 고통은 와드의 체온으로도 커버가 안 됐다. 발을 질질 끌며 거실로 나와, 예전에 생리통 때문에 사두었지만 잘 쓰지 않던 전자렌지에 데우는 황토 찜질팩을 찾으려 했다. 이사 오고 나서 어디 뒀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해서 속으로 ㅈ됐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큐에 서랍에서 찾음. 천만다행. ㅋㅋㅋㅋㅋ 와중에도 와드는 날 졸졸 따라다녔다. 원래 한밤중에 내가 움직이면 1도 신경 안 쓰는데 신기했다.
전자렌지에 돌려서 원래 수건으로 감싸서 배에 대야되는데 걍 갖다댐. 뜨거워따. 체감상 0.5% 고통 감소 버프가 있었다. 추가 효과를 노려 와드까지 껴안았다. (와드는 찜질팩에 닿지 않았다) 고통 감소는 없었지만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정신력 버프 +1 획득.
몇 시간 쯤 지났을까... 갑자기 오한이 찾아왔다. 이불을 세 개씩 (와드가 맨날 이불 뺏어서 이불 짱 많이 가지고 있음) 다 덮어도 온몸이 덜덜 떨렸다. 와드가 와서 얼굴을 미친듯이 핥기 시작했다. 평소엔 입만 핥는데 이땐 갑자기 이마랑 볼 다 핥기 시작. 신기했다. 그러고 턱에 얼굴 파묻고 뭐 암튼 난리침. 그러고 몇 시간 덜덜 떨고 있다가 살기 위해 뇌에서 정보를 뒤졌는지 열을 내리려면 물을 많이 마셔서 화장실을 자주 가야한다는 정보가 떠오름.
(막간 정보 : 죽을 때 떠오르는 주마등은 사실, 죽기 전의 아련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신체 완전 정지 직전에 뇌에서 살기 위해 모든 기억을 뒤져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라는 썰이 있다)
그래서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화장실을 고의적으로 자주 가기 시작했다. 효과는 미미했다. 와드는 잠 안 자고 밤새 나의 행적을 살폈다. 화장실도 따라옴.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고... 오한이 사라지더니 이젠 등과 가슴이 아프기 시작했다. 이것도 위경련 증상 중 하나다. (이건 이유 모름) 암튼 위도 아프고 가슴도 아프고 등도 아프고 '이거 심장마비 증상 아님?'하는 극단적인 생각에까지 도달했다. ㅋㅋㅋㅋㅋ 와드의 뭉퉁한 망고스틴 발을 꼬옥 잡았다. 와드는 발 잡는 거 싫어하지만 피하지 않았다.
이 고통을 타파하기 위해 생각해낸 방법은 '이거, 냉찜질은 어떨까?' 였다. 그래서 손님방 침대로 옮겼다. 거긴 며칠 사람이 없어가지고 방이 차게 식어있어서 시원한 상태이니까, 거기 등을 대면 왠지 안 아플것같단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웃기게도, 진짜 거기 누우니 고통이 좀 덜해져서 다시 잠에 들었다. 와드도 간만에 옆에서 꿀잠을 자는 것 같았다. 손님방에선 원래 최애작가랑만 자는데 나랑 자니까 조금 당황한 눈치긴 했지만 지도 밤새 깨다 잤다해서 졸렸는지 빠르게 잠듦.
일요일.
손님방에서 푹 잤다. 물론 진짜 푹 잔 건 아님. 중간에 당연히 아파서 깸. 그래도 점점 텀이 길어지고 있었다. 한 2시간 정도로. 오한도 사라지고 가슴과 등이 아픈 것도 사라져서 다시 손님방에서 나와 내 침대로 갔다. 와드도 졸졸 쫓아왔다. 12시가 되어서 잠깐 깨가지고 와드 밥 줬다. 그러고 다시 잤는데 (원래 밥 주고 책상에 앉음) 와드가 따라와서 또 같이 잤다. 얘도 밤에 못 자서 졸린 거임 ㅋㅋㅋㅋ
오후 3시가 넘어서 깼다. 배고픔과 위뒤집어짐이 동시에 느껴졌다. 식욕은 당연히 딱히 없었는데 위경련은 원래 암것도 먹으면 안 되기 때문에 토욜에 암것도 안 먹었으므로 매우 배가 고팠음.
동생이 분명 어제 엄빠와 통화하는 소릴 들었는데 내가 위경련이라고 이야기는 안 한 모양이었다. 엄마한테 어디 아프냐고 걱정 카톡이 와서 위경련이라 하니까 매우 놀라셨다. 동생이 머라했냐니까 그냥 '아프다'라고만 했다고 ㅋㅋㅋㅋㅋㅋㅋ
엄마가 저녁에 죽을 시켜주셔서 아주 천천히 몇 입 맛 보고 냉장고에 아껴두었다.
원래 생리해도 산책 나가는 서타일인데 위경련은 진짜 안되겠어서 산책을 못 나갔다. 놀랍게도 와드는 아무 생각 없어보였다. 그냥 잠만 잠 ㅋㅋㅋ 날 배려한 건지 아님 지도 밤에 못 자서 피곤했던건지.
죽먹고 바로 누우면 안될 것 같아서 앉아서 정신을 잠깐 잃기 위해 젤다 왕눈 좀 했다. (참고로 난 발목에 근육 절단 돼서 입원했을 때도 아픔을 잊기 위해 밥먹고 자는 시간 빼고 남는 시간 젠부 동물의 숲 플레이에 투자하였다) 젤다 왕눈은 사실 몬스터 안 마주치고 그냥 버섯이나 줍고 다니면 동숲이랑 다를바 없다. 그래서 버섯이랑 풀떼기 열심히 줍고 다니면서 힐링+멍때림.
젤다 하가다도 몇 번 위 어택이 와서 어택이 올 때마다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으윽- 하며 1분 정도 버티면 고통이 사그라든다. 그러면 입으로 욕하면서 다시 젤다에서 풀떼기 주으러 다님. 하다가 이제 버튼 누를 힘도 없어서 젤다를 끄고 무한도전 틀어놓고 멍때렸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점점 위경련의 강도는 낮아졌고 텀도 점점 길어졌다. 그래도 여전히 아팠지만, 어젯밤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차이였다.
이후 다시 잠. 중간 중간에 또 아파서 깨긴 했지만 어제밤처럼 '죽여줘....'의 기분은 아니었다. 그냥 '으윽 그만아 위장해' 정도. 와드는 이날도 내 옆에 꼬옥 붙어서 잠을 같이 자줬다.
참, 이거 위경련은 병원간다고 해결되지 않고 평소 식습관과 스트레스, 등등이 중요한 질병이기 때문에 처방전 받아서 약타려고 병원가는 수준이랄까. (자주 오는 위경련은 걍 위내시경 받아야함) 그래서 닥터나우(비대면 진료 어플) 깔아서 진료 받고 처방전 따서 약국에 미리 예약했다. 처음 써봤는데 신기했다.
월요일....
다행히 많이 좋아졌다. 이거이거 원, 약 받으러 안 가도 되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말을 하면 남자친구와 부모님은 노발대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도 아파도 병원 절대 안 가는 스타일이라) + 위경련은 진짜 나 같은 상남자도 무섭기 때문에 차를 끌고 약 받으러 갔다. 가서 생각난 김에 차에서 기다리는 와드 숏츠 찍었다. 그리고 혹시 몰라 다 떨어진 생리통약을 사서 집에 돌아옴.
그리고 서프라이즈~ 짜잔. 생리 터짐 ^^ ㅗ
그래서 혼돈의 카오스가 시작 되었다. 아랫배에 고통 + 위 뒤집어지는 고통 + 허벅지 아픔 + 두통 + 졸리고 무기력하고 피곤하고 우울함. 이 정도면 2025년에 복권 당첨 되야됨. 연금 복권 월 500만원짜리로.
약사 아저씨가 생리통약 같이 먹어도 된다 해서 어제 남겼던 죽 먹고 약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이날도 산책을 못했는데, 와드는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 잔뜩 꺼내서 혼자 엄청 잘 놀더라. 고마워ㅜ.....
원래 심심하면 산책 가자 하는데 가자고도 안했다.... 이.녀.석. 귀여운 녀.석. 사랑스러운 녀.석.
화요일.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서, 죽 말고 아주 진 밥을 지어서 리조또? 같은 계란 볶음밥을 만들어 먹었다. 밀린 설거지 하고 쓰레기 버리는 산책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어서 쓰레기 버리고 옴. 그리고 4일 만에 드디어 찬물을 마셨다. (얼음물 매니아임) 진짜 목이 뻥뚫렸다. 하....... 따수운 물만 4일 내리 마셨더니 돌아버릴 지경이었음.
수요일.
남은 계란 볶음밥 먹고 초코케익 시켜먹었다. 아프지 않은 걸 보니 다 나은 듯. 후. 물론 아직 뭘 먹고 나면 위가 좀 불편한 느낌이 들지만. 내일까지만 조심하고 슬슬 자극적이지 않은 일반식으로 전환해야겠다.
위 사진은 엄마 팔 사이에 굳이 들어오고 싶은 김와드.
끝.
다들 건강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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